로판st 유비시연

* * * 황성의 회의실. 시연은 애써 담담하게 앉아있었지만 속으론 좌불안석이 따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방에 모인 모두가 귀족으로, 제갈량의 말에 따르면 황실의 주요 인사들이 초청받은 자리라 하였다. 특히 유비와 시연은 그들 중 상석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유비의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면 그 자리가 맞기야 했으나 문제는 이 자리가 모두의...

* * * 일주일 뒤, 시연은 입궁을 위해 새벽부터 깨워져서는 단장에 들어갔다. 일전 유비와 상경할 때 옷가게에 이래저래 수발을 받기야 했지만 오늘은 그때와는 비교가 안됐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씻겨지고 마시지를 받고 화장을 받고... 정신 없는 건 분명 메이드들이어야 할 텐데, 정작 여기저기 넘겨지는 시연이 더 정신이 없었다. "보, 보통 입궁하는데 ...

"시연, 입궁은 일주일 뒤인 다음 주 수요일로 정해졌어." 유비가 편지를 들어 보이며 꺼낸 이야기에 놀란 시연은 먹던 아침을 제대로 씹지도 못한 채 삼켰다. 수도에 온 지 닷새째, 사실 올라오자마자 입궁을 해야 정상이었으나 시연에게 예절교육과 주의사항들을 주입시켜야 했기에 건강 등 다양한 사유로 회피해왔건만 한계에 부딪힌 것이었다. "황제께서는 좀 더 유예...

* * * * * *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시연은 제갈량의 안내와 함께 그의 서재로 향했다. 그의 집무실이기도 한 서재는 시연의 교실도 될 예정이라고 이야기하며 제갈량은 조금 들뜬듯 재잘댔다. "아, 죄송합니다. 혼자 신났군요. 누군가를 가르쳐보는 건 오랜만이라 무척이나 기쁘네요." 제갈량은 저 혼자 떠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머쓱한듯 웃어 보였으나 시...

다음 날 아침, 무척이나 피곤했던지 도통 일어날 생각을 못하던 시연은 메이드들에 의해 강제로 기상했다. 정확히는 저도 모르게 엄마 조금만 더 잘래, 하고 이야기 했다가 메이드들이 웃음이 터진 것을 듣고 놀라서 정신이 든 것이 정확한 것이리라. 시연은 그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부끄러워져 저도 모르게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리고 보니 제, 아니 내 옷은 다른...

"주군." "아이쿠! 뭐야 군사야? 놀랐잖아~" 집무실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던 유비는 갑작스러운 제갈량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넘어갈 뻔했다.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자 하니 제갈량이 미안한 표정으로 유비를 보고 있었다. "몇번이고 노크했는데 답이 없으시기에." "으음...미안. 졸았어."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제갈량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

저택에 도착할 때 쯤엔 날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그러나 시골처럼 거리가 어둡지 않았던 것은 일정 간격 마다 서있는 가로등이 밝았기 때문이었다. 어두운 차창 밖으로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했을 때, 시연은 놀라움에 감탄을 내뱉았다. 무엇보다 사람도 없는데도 불이 자동으로 켜지는게 신기했는데, 어떻게 하는거냐고 물었더니 마법이 걸려있어 일정 시간이 ...

"...근데 어떻게 제가 귀족을 싫어하는걸 알았죠? 우리 마을 사람들도 모를텐데?" 몇년 전 친구를 앗아간 사건 이후 귀족을 싫어하게 된 시연이었으나, 귀족을 접할 일이 많이 없는 마을에서 그를 언급할 일도 잘 없었기에 굳이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았다. 저잣거리에 널린 신분상승 로맨스 소설류는 그저 망상소설로 읽고 즐기기 충분했고, 무엇보다 그 좁은 마을에...

도착한 의상샵은 금일휴업 패를 달고 닫혀있었으나 유비가 문을 두드리자 당연한듯 사람이 나와 둘을 맞이하였다. 샵의 주인은 마부가 건네는 드레스 상자를 받아들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흡족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시연을 3층에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는 세명이 더 대기하고 있었는데, 시연은 그들에게 깨끗하게 씻겨지는것 부터 시작하여 드레스 착장은 물론 화장까지 ...

1로 표시하면 될지 모르겠는데 일단 시간날 때마다 편당 6000자씩 써볼 예정.

정든 고향을 떠나 마차로 달려달려 1박 2일.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기차역이었다. '끔찍했어.' 마차가 정차한지 꽤 되었음에도 시연은 아직도 엉덩이가 시큰거렸다. 유비의 걱정과 다르게 멀미는 하지 않았으나 덜컹거리는 마차가 전해주는 충격을 엉덩이는 감내하지 못했나보다. 다행히 중간에 마을에서 숙박을 하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지금쯤 엉덩이 뼈가 ...

시연은 평범한 시골 아이였다. 교양이라고 해봤자 어디가서 사기나 당하지 않게 학교에서 적당히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는 정도의 셈과 읽고 쓸 수 있을 만큼의 글을 배우고, 졸업 후엔 부모를 따라 밭일과 집안일을 돕는 어느 시골에나 있는 아이. 특이사항이 있다면 예전, 조부모가 귀족이었다는 점이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이겠다. 물론 시연의 대에선 그 재산이 한푼도...